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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과학에서의 자료이용실태

KOSSDA 엣세이

지난 2008년 2월 15일에 발행한 자료원 소식 8호에 실렸던 기획에세이를 소개합니다.
참. 자료원의 영문약자가 'KOSSDA'인건 다 아시죠?^^

* 한국사회과학자료
원 (Korea Social Science Data Archive, KOSS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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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사회과학에서의 료이용실태


구 혜 란 (KOSSDA 원장)

학문의 발전은 이론 형성의 토대가 되는 경험자료의 축적과 활용으로부터 출발한다. 그래서 한 나라의 경험자료 축적과 활용 정도는 그 나라의 학문적 발전과 지식수준을 측정하는 핵심적 요소가 되어 왔고 그 성과에 대한 평가는 지식사회학 분야의 중요 연구 과제가 되어 왔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아직까지 이에 대한 관심과 연구가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KOSSDA에서는 지난 2006년, 자료수집의 기초자료로 활용하기 위하여 사회과학 주요 학술지에 게재된 논문들에 이용된 자료에 대한 실태 조사를 수행한 바 있다. 조사 대상 학술지는 2000년부터 2006년 사이에 발간된 사회학, 행정학, 심리학, 인류학, 신문방송학, 경영학 등 6개 분야의 학진 등재 학술지 11종*이다. 이 조사대상 학술지들에는 총 1,534건의 논문들이 수록되어 있었으며 이들 중 54%에 해당하는 827건의 논문들에서 846건의 양적 및 질적 자료들이 이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의 결과만을 가지고 한국사회과학 연구에서의 자료 이용 실태로 일반화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겠지만 수집된 자료정보를 자세히 살펴보면 몇 가지 흥미로운 특징들을 발견할 수 있다. 우선 논문에 이용된 경험자료 중 서베이 자료의 비중이 매우 크다는 점이다. 논문에 이용된 자료를 집계 자료(aggregated data), 서베이 자료, 심층면접 자료, 기타 자료로 구분해 보았더니 서베이 자료가 전체의 절반 이상(54%)을 차지하고 심층면접 자료가 12%, 집계 자료가 4%, 그리고 기타 자료가 20%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경향은 인류학 분야를 제외한 5개 분야에서 고르게 발견된다. 둘째, 연구에 이용된 자료들의 대부분은 연구자가 해당 연구를 위해 직접 산출한 자료들이고 다른 연구자나 기관에 의해서 산출된 자료, 즉 2차 자료의 이용은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이다. 조사 대상 논문에 이용된 자료 846건 중에서 21%에 해당하는 175건의 자료가 2차 자료였으며, 2차 자료의 대부분은 집계 자료(98건)와 서베이 자료(71건)인 것으로 파악되었다. 셋째, 2차 자료로 이용된 서베이 자료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특정 기관에서 수행한 특정 자료의 활용도가 다른 자료들에 비해 두드러진다는 점이다.

이 실태조사를 통해서 우리는 한국 사회과학 연구에 경험 자료가 상당히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특히 서베이 자료는 사회과학의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연구 주제를 가지고 산출되고 있다는 매우 고무적인 현상도 발견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자료가 해당 연구에만 일회적으로 이용되고 있으며, 재활용되는 자료도 극히 일부 자료에 한정되어 있다는 실정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연구에 필요한 경험자료를 수집하는 데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투입된다. 2차 자료의 이용은 자료수집에 드는 시간과 노력을 절감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시간적, 공간적인 제약으로 인해 자료 수집이 불가능할 때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 된다. 특히 수십 년이 지난 과거의 현상을 연구하거나 다른 사회와 비교연구를 할 때 불가피한 연구 수단이 된다. 축적된 자료는 이처럼 새로운 연구 문제와 계속적으로 연관 이용되어 그 가치를 끊임없이 재창출한다.

자료의 축적과 이를 이용한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생산되는 자료의 지속적인 아카이빙과 축적된 자료들에 대한 충실한 정보제공, 그리고 이 자료들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하부구조(infrastructure)를 마련하는 일이 중요할 것이다. 유럽 대표적인 사회과학 자료센터로 40년의 역사를 자랑하고 있는 UK Data Archive는 약 26만개의 파일로 구성된 5,000여 개의 양적, 질적 자료세트를 보유하고 매년 8,500여 건의 자료를 서비스하고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 가장 큰 규모의 사회과학 자료센터인 ICPSR는 50여만 개의 파일로 구성된 6천 2백여 개의 자료 세트를 보유하고 매년 전 세계적으로 약 32만 건의 자료를 서비스하면서 학문발전의 하부구조 역할을 톡톡히 담당하고 있다. KOSSDA는 이들을 귀감으로 삼고 한국 사회과학 발전에 제 몫을 다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 조사대상 학술지와 발행 연도는 한국사회학 2000-2006년, 한국여성학 2001-2002년, 정부학연구 2004-2006년, 한국사회와 행정연구 2002-2006년, 행정논총 2000-2006년, 한국심리학회지: 산업 및 조직 2005-2006년, 한국문화인류학 2000-2006년, 비교문화연구 2002-2006년, 방송연구 2000-2006년, 언론과 사회 2003-2006년, 그리고 경영학연구 2004-2006년 이다.

아카이브 자료의 인용

KOSSDA 엣세이


자료원 소식에 실렸던 기획연재 기고문을 계속해서 살펴보고 있습니다.
아래 기고문은 2007년 5월 15일에 발행된 자료원 소식 5호에 실렸던 내용입니다.
아카이브된 자료를 인용할 때의 문제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는 기회도 됐지만 개인적으로는
필요한 자료를 구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묘사한 인용구에 십분 공감했던 기억이 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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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이브 자료의 인용





구 혜 란 (한국사회과학자료원 원장)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자료센터인 독일의 Zentral Archive 소장 Mochmann교수와 UNESCO의 Paul de Guchteneire 박사는 사회과학분야에서 연구와 교육에 쓸 만한 자료를 구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웠는지를 다음과 같은 말로 묘사하고 있다(http://www.ifdo.org/methods/index.html).

“The data you have is not the data you want,

the data you want is not the data you need,

the data you need is not available."

 
자료를 이용하여 논문을 써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들의 말에 십분 공감할 것이다.

최근 사회 각 분야에서 아카이브의 중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아카이브는 단지 자료를 모으고 보존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아카이브된 자료가 적절히 활용될 수 있는 토대를 조성하여 아카이브의 효용가치를 극대화하는 작업을 포함한다. 아카이브 자료의 활용에 있어서 중요한 문제 중의 하나는 타인 또는 타기관의 자료를 활용하는데 대한 인정과 사의를 어떻게 표시하는가 하는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한 방안으로, 최근 해외 자료센터들에서는 자료를 인용(citation)하는 방법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Harvard-MIT Data Center(HMDC)의 “Deep Citations Project”가 그 일례인데, 이 프로젝트는 NSF(National Science Foundation)로부터 $850,102를 지원 받아 2003년부터 2010년까지 진행하는 장기 프로젝트로, 주요 목적은 사회과학 분야의 자료를 인용하는 표준인용안을 수립하는 것이다. ESDS나 ICPSR 등 구미의 주요 자료센터의 경우에도 자료인용표준안의 개발은 매우 중요한 사안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자료이용 시 자료명뿐 아니라 연구수행기관, 연구책임자, 연구비지원기관, 자료서비스기관 모두를 인용하는 것을 정례화하고 있다. 그러나 적절한 인용은 단지 지적 소유권이나 자료를 기탁하고 서비스한 기관에 대해 예의를 표명하는 차원의 문제만은 아니다. 인용은 향후 이 자료를 이용해서 유사한 반복 조사를 하려 하는 연구자에게 기존 자료산출과 관련한 상세한 정보를 제공해 준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또한 자료를 생산한 기관, 연구비를 지원한 기관, 그리고 자료를 서비스한 기관에게 자료가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가를 추적하게 해 주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KOSSDA도 소장된 자료를 이용하여 논문을 쓸 경우에, 이용한 자료의 산출자와 함께 그 제공자인 KOSSDA를 연구보고서에 밝히도록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자료인용에 대한 이해와 그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여 연구자가 이를 소홀히 여기는 경향이 있다. 현재 KOSSDA는 해외 자료센터의 기준에 부합할 수 있도록 자료인용 표준서식을 재검토하고 있으며 앞으로 자료이용 시 이를 분명하게 명시할 수 있도록 알려나갈 방침이다. 이러한 작업들을 통해서 지적소유권 문제해결과 함께 자료공유를 위한 기반이 마련된다면 아카이브의 학술적, 사회적 가치는 더욱 커지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

2010 하계 방법론 워크숍 고급과정 시작

방법론 워크숍

오늘부터 8월 13일까지 하계 방법론 워크숍의 마지막 과정인 고급과정이 열립니다.
'고급과정I-종단자료분석'은 서울대 사회복지학과의 강상경 교수님이, '고급과정II-구조방정식모형'은 국민대 교육학과의 이기종 교수님이 진행하십니다. 두 과정 모두 접수 초기에 마감될 정도로 신청자분들이 많이 기다리셨던 과정인데요. 기다리셨던 만큼 좋은 결과 얻어가셨으면 좋겠습니다.

두 과정의 강의계획안 파일 올려드립니다.





자료 공유, 왜 해야 하나?

KOSSDA 엣세이

지난 2006년 8월 15일에 발행된 자료원 뉴스레터 3호에 실렸던 기획연재입니다. 당시 성균관대 서베이리서치센터에 계셨던 고지영 연구원님이 기고해 주셨어요.
우리는 학위논문, 연구논문, 정책제안 등을 위해 자료를 필요로 할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자신의 원하는 자료 하나를 산출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비용과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는지 조사에 직접적으로 관계해 보신 분이라면 잘 아실거예요.
고지영 연구원님도 같은 생각을 하고 계셨던 것 같습니다. 이러한 어려움을 해결하는 하나의 방법, '자료 공유 문화의 확산'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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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공유, 왜 해야 하나?

고 지 영 (성균관대학교 서베이리서치센터)

회과학의 모든 출중한 연구들은 좋은 자료에 기반하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구미에서는 수십 년 전에 이루어진 연구들의 원자료가 그대로 보존되어 지금도 많은 학자들이 재활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한 예를 들어 보자. 범죄의 원인을 생애사적 관점에서 오랫동안 연구해 온 미국의 저명한 범죄사회학자인 Robert J. Sampson 교수가 그의 동료와 함께 저술한 Crime in the Making : Pathways and Turning Points through Life(1993)는 선행연구였던 Sheldon Glueck & Eleanor Glueck(1950)의 Unraveling Juvenile Delinquency원자료(60 박스 정도 분량)를 하버드대학 법대 지하실의 먼지 속에서 발견하여 이를 재분석한 연구보고서이고 그 후속 연구인 Shared Beginnings, Divergent Lives: Delinquent Boys to Age 70(2003)은 Glueck & Glueck 연구의 대상이었던 비행청소년들을 추적, 인터뷰하여 약 50년이 지나는 동안 이들이 어떤 생애사적 변화들을 겪게 되었는지를 비교 연구한 것이다.

사회과학의 발전은 얼마나 좋은 자료들이 만들어지고, 산출된 자료들이 얼마나 잘 활용되느냐에 달려 있다. 자료의 재활용은 자료의 공유가 전제되어야 한다. 구미에서는 일찍부터 자료 공유의 중요성이 인식되어 자료 전문기관을 설립하여 자료를 보존하고 서비스해 왔다. 앞에서 소개한 연구들의 자료도 미국의 사회과학 자료센터인 ICPSR에 소장되어 있다. 한국에서도 자료보존과 공유의 필요성이 인식되면서 KOSSDA와 같은 전문자료센터들이 생겨나고 있는데 이는 매우 반가운 일이다. (필자는 최근 자료센터 설립 관련 사업에 참여하여 구미의 몇몇 사회과학 자료센터를 방문한 바 있다).

자료센터는 자료를 잘 정리하여 서비스하는 일을 하는 기관이지 자료를 산출하는 기관은 아니다. 자료센터가 후속 연구의 활성화에 기여하는 진정한 서비스 기관이 될 수 있으려면 많은 사람들이 좋은 자료를 창출해서 자료센터에 아낌없이 기탁해 주는 자료의 공유 문화가 확산되어야 한다. 미국의 사회학자 로버트 머튼은 과학은 그 산출물들이 타 연구자 및 사회의 ‘공동 소유 (communism)’가 되어야 한다는 ‘과학 규범’의 확산과 더불어 발전해 왔다는 것을 사료를 통해 밝혀놓고 있다. 연구자들이 많은 비용과 노력을 들여 모은 자료들을 자료센터에 기탁하고, 기탁된 많은 자료들이 영구 보존 및 서비스 되는 구미의 선진 자료 공유 문화를 보며 communism이라는 그 퇴색된 용어가 무척 신선하게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