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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질적자료 현황과 이용 전망

KOSSDA 엣세이


그 동안은 조사자료 위주로 자료 이야기를 해 왔습니다. 오늘은 질적자료 이야기를 해 볼까요?
지난 3월 25일에 발행된 '자료원 소식 16호'에 실린 에세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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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질적자료 현황과 이용 전망

구혜란 (KOSSDA 연구교육센터 소장)


질적자료 현황

시회과학 자료는 양적자료와 질적자료 두 가지로 구분될 수 있다. 양적자료에는 조사자료와 통계자료가 있으며, 질적자료로는 개인 또는 집단을 대상으로 한 심층 면접 또는 관찰 자료와 일기, 회고록, 전기, 신문, 공적기록 등의 기록문서 자료가 있다. 선진국들에서는 이 모든 종류의 자료들을 이용한 연구가 일찍부터 이루어져 왔다. 반면에 한국에서는 양적자료의 이용은 비교적 오래되었으나 질적자료에 대한 관심은 최근에 와서야 고조되기 시작하였다.

한국에서 질적자료룰 산출하는 대표적 기관들로는 2004년부터 정치인부터 일반인까지 다양한 개인의 생애사를 수집, 발간하고 있는 국사편찬위원회, 100여명의 원로예술인의 생애사를 채록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5·18민주화운동을 중심으로 일반인의 증언과 성명서, 전단지 등 각종 기록물을 수집한 5·18연구소, 일반인의 생애사를 수집하고 있는 20세기민중생활사연구단, 민주화운동 관련 구술채록과 기록문서들을 수집하고 있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등을 들 수 있다.

한국연구재단(구 한국학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은 연구과제 중에서도 질적 자료를 수집하여 수행한 연구들이 적지 않다. 이중 몇 가지만 예를 들면 이종구교수(성공회대)가 수행한 ‘한국 산업노동자의 형성과 생활세계 연구’는 노동자들의 수기, 일기, 편지 자료와 노동단체의 회의록, 공문, 보고서, 자료집 등 광범위한 자료를 수집하고 산업노동자 362명을 대상으로 한 노동과 생활세계에 대한 인터뷰 자료도 산출하였다. 윤상철교수(한신대)의 ‘한국사회운동의 조직과 활동가에 대한 기초자료 수집과 한국시민사회의 사회형성 원리의 탐색’은 1960년대 이후 한국 사회운동 조직 124개와 사회운동가 532명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였고, 국내외 주요 활동가 70여명의 인터뷰자료를 수집하였다. 또한 정진성교수(서울대)가 수행한 ‘한국여성의 모성과 출산’은 30대에서 70대까지의 다양한 세대에 속한 여성들 38명을 대상으로 출산과 모성 경험에 대한 인터뷰자료를 수집하였고, 양재진교수(연세대)의 ‘한국 복지국가의 태동, 성장, 재편에 관한 질적 기초자료 수집 연구’는 연금보험, 건강보험, 고용보험, 산재보험 등 4대 사회보험과 생활보호법 및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만들어지는 과정에 참여했던 주요 인물을 대상으로 심층인터뷰자료를 생산하였다.

질적자료의 이용 전망

이처럼 한국에서도 질적자료가 많이 생산되고 있는데 비해서 이를 활용한 연구는 아직까지는 크게 활성화되어 있지 않은 듯하다. 이는 질적자료는 수집자의 문제의식과 의도에 따라 자료가 선별, 수집되고 정리됨으로 자료를 산출한 맥락을 잘 알지 못하는 연구자가 자료를 재구성하거나 분석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German Research Foundation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National Feasibility Study on Archiving and Secondary Use of Qualitative Interview Data, 2003-2005’에 따르면 면접자료를 산출한 연구자들의 53%가 자신이 산출한 자료가 재활용된 적이 있다고 하며 이 중의 52%는 연구자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들에 의해 이용된 것으로 나타나 질적자료의 재활용이 상당한 정도로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질적자료의 체계적인 아카이빙은 질적자료 재활용의 난맥을 어느 정도 해결해줌으로써 질적연구의 활성화에 기여한다. 영국의 구술 및 생애사 연구의 대가인 Paul Thompson 교수가 1918년 전에 태어난 남녀 537명을 심층면접한 연구자료 ‘The Edwardians: Family Life and Work Experience before 1918’이 영국 ESDS(Economic and Social Data Service)의 Qualidata에 아카이브되어 수십 건의 연구에 활용되었다는 사실은 이를 잘 뒷받침해 준다.

이와 더불어 최근 여러 형태의 질적 자료를 효율적으로 통합하여 관리하고 분석할 수 있게 해주는 소프트웨어의 개발과 질적연구방법 및 교육자원의 개발은 질적연구의 활성화에 기반이 되고 있다. 이에 대한 영국의 ESRC(Economic and Social Research Council)의 행보는 주목할 만하다. ESRC는 사회과학 연구방법의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는데, 특히 질적연구방법과 관련하여 질적자료분석을 위한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에 대한 교육과 정보를 제공하는 CAQDAS(Computer Assisted Qualitative Data Analysis) Networking 프로젝트(http://caqdas.soc.surrey.ac.kr/)와 이와 연계하여 교육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는 OnlineQDA(http:// onlineqda.hud.ac.kr/)를 지원함으로써 질적연구의 발전에 크게 이바지 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아카이브되는 질적자료가 많지 않으며 아직 CAQDAS를 이용한 연구도 많지 않다. 앞으로 지속적으로 산출되고 있는 질적자료의 맥락 정보(contextual information)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익명처리 등 표준화된 아카이빙 기준에 따라 질적자료들을 아카이빙하여 제공하는 인프라가 제대로 마련된다면, 그리고 CAQDAS를 포함하여 질적연구방법론에 대한 교육이 활발히 이루어진다면 현재 산출되고 있는 많은 질적자료들이 후속연구의 중요한 기초자료로 널리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