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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공유, 왜 해야 하나?

KOSSDA 엣세이

지난 2006년 8월 15일에 발행된 자료원 뉴스레터 3호에 실렸던 기획연재입니다. 당시 성균관대 서베이리서치센터에 계셨던 고지영 연구원님이 기고해 주셨어요.
우리는 학위논문, 연구논문, 정책제안 등을 위해 자료를 필요로 할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자신의 원하는 자료 하나를 산출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비용과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는지 조사에 직접적으로 관계해 보신 분이라면 잘 아실거예요.
고지영 연구원님도 같은 생각을 하고 계셨던 것 같습니다. 이러한 어려움을 해결하는 하나의 방법, '자료 공유 문화의 확산'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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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공유, 왜 해야 하나?

고 지 영 (성균관대학교 서베이리서치센터)

회과학의 모든 출중한 연구들은 좋은 자료에 기반하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구미에서는 수십 년 전에 이루어진 연구들의 원자료가 그대로 보존되어 지금도 많은 학자들이 재활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한 예를 들어 보자. 범죄의 원인을 생애사적 관점에서 오랫동안 연구해 온 미국의 저명한 범죄사회학자인 Robert J. Sampson 교수가 그의 동료와 함께 저술한 Crime in the Making : Pathways and Turning Points through Life(1993)는 선행연구였던 Sheldon Glueck & Eleanor Glueck(1950)의 Unraveling Juvenile Delinquency원자료(60 박스 정도 분량)를 하버드대학 법대 지하실의 먼지 속에서 발견하여 이를 재분석한 연구보고서이고 그 후속 연구인 Shared Beginnings, Divergent Lives: Delinquent Boys to Age 70(2003)은 Glueck & Glueck 연구의 대상이었던 비행청소년들을 추적, 인터뷰하여 약 50년이 지나는 동안 이들이 어떤 생애사적 변화들을 겪게 되었는지를 비교 연구한 것이다.

사회과학의 발전은 얼마나 좋은 자료들이 만들어지고, 산출된 자료들이 얼마나 잘 활용되느냐에 달려 있다. 자료의 재활용은 자료의 공유가 전제되어야 한다. 구미에서는 일찍부터 자료 공유의 중요성이 인식되어 자료 전문기관을 설립하여 자료를 보존하고 서비스해 왔다. 앞에서 소개한 연구들의 자료도 미국의 사회과학 자료센터인 ICPSR에 소장되어 있다. 한국에서도 자료보존과 공유의 필요성이 인식되면서 KOSSDA와 같은 전문자료센터들이 생겨나고 있는데 이는 매우 반가운 일이다. (필자는 최근 자료센터 설립 관련 사업에 참여하여 구미의 몇몇 사회과학 자료센터를 방문한 바 있다).

자료센터는 자료를 잘 정리하여 서비스하는 일을 하는 기관이지 자료를 산출하는 기관은 아니다. 자료센터가 후속 연구의 활성화에 기여하는 진정한 서비스 기관이 될 수 있으려면 많은 사람들이 좋은 자료를 창출해서 자료센터에 아낌없이 기탁해 주는 자료의 공유 문화가 확산되어야 한다. 미국의 사회학자 로버트 머튼은 과학은 그 산출물들이 타 연구자 및 사회의 ‘공동 소유 (communism)’가 되어야 한다는 ‘과학 규범’의 확산과 더불어 발전해 왔다는 것을 사료를 통해 밝혀놓고 있다. 연구자들이 많은 비용과 노력을 들여 모은 자료들을 자료센터에 기탁하고, 기탁된 많은 자료들이 영구 보존 및 서비스 되는 구미의 선진 자료 공유 문화를 보며 communism이라는 그 퇴색된 용어가 무척 신선하게 다가왔다.